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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윤시아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7 20:19:56

도준이 건넨 생수병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아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구겨진 악보를 뒤로 감추며 거칠게 쏘아붙였다.

“동정할 거면 가세요. 그쪽도 회장님 눈치 보면서 골방에서 곡 써준다면서요. 저 불쌍한 척 안 해도 돼요.”

태율엔터 바닥에서 도준의 처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도준은 물병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강태진 그 얼간이가 준 곡, 네 성대 음역대랑 전혀 안 맞아.”

“……뭐?”

“넌 3옥타브 후반을 목으로 밀어붙이는 고음 셔틀이 아니야. 중저음에서 결을 살리는 흉성과, 가성에서 믹스보이스로 넘어갈 때 생기는 거친 숨이 네 무기야. 강태진은 그걸 들을 귀가 없고.”

시아는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목이 상한 날마다 자신도 어렴풋이 느끼던 문제였다.

보컬 트레이너들은 늘 더 높게, 더 세게만 부르라고 했다. 낮은 음의 결을 무기라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턱짓을 했다.

“따라와요. 목 안 상하고도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직접 들어봐요.”

홀린 듯 도준을 따라 지하 작업실로 들어선 시아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준은 신시사이저 앞에 앉아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도롱, 도로롱—.

방금 전 강태진에게 던져준 자극적인 댄스 비트와는 차원이 다른, 가슴을 저미는 빈티지 R&B 피아노 멜로디가 좁은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2010년대 후반 음원 차트를 초토화시켰던 네오 소울 발라드의 감각적인 코드 진행과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었다.

“첫 소절은 힘 빼. 노래하지 말고, 말하듯 시작해.”

도준이 콘덴서 마이크를 건네며 템포를 맞췄다.

시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첫 소절을 뱉어냈다.

“비가 내리던 그 밤에…… 널 잊지 못해…….”

첫 소절이 끝났는데도 목이 따갑지 않았다.

시아의 낮은 음은 모래알처럼 거칠었고, 끝음에는 숨이 얇게 섞였다. 낡은 마이크가 그 결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시아는 자기 목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처럼 헤드폰을 붙잡았다.

그녀는 같은 구절을 한 번 더 불렀다. 이번에는 도준이 시킨 대로 어깨를 내리고 끝음을 밀지 않았다. 늘 칼로 긁는 듯 따갑던 목이 멀쩡했다.

시아는 헤드폰 한쪽을 벗고 도준을 봤다. 낯선 남자를 향한 경계는 남아 있었지만, 방금 들은 자기 목소리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이게 내 목소리예요……?”

시아는 믿기지 않아 자기 목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늘 트레이너들은 그녀에게 더 높이, 더 크게, 더 독하게 밀어붙이라고 했다. 못 해내면 간절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그래서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질렀다.

그런데 처음 보는 남자는 정반대였다. 힘을 빼라고 했다. 아픈 곳을 먼저 물었다.

시아는 헤드폰 너머로 도준을 훔쳐봤다. 그는 감탄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천재를 발견했다는 표정도 아니었다. 콘솔 위 파형을 보며 어느 음에서 그녀의 호흡이 무너지는지만 체크하고 있었다.

그 무심한 집중이 오히려 더 이상했다.

사람들은 늘 윤시아를 평가했다.

강도준은 처음으로 그녀를 ‘고치려’ 하지 않고, 원래 있던 목소리를 찾아내고 있었다.

“그래. 이게 네 진짜 노래야.”

도준이 건반에서 손을 떼며 시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일 태율엔터를 나와. 네 목부터 살리고, 그다음 무대에 세울게.”

시아가 마이크를 움켜쥐었다.

“왜요?”

도준이 눈썹을 아주 조금 올렸다.

“뭐가.”

“왜 저한테까지 이래요? 우리 오늘 처음 제대로 말한 거잖아요.”

도준은 대답을 고르는 사람처럼 잠시 침묵했다. 지난 생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네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미 봤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아까 네가 부른 첫 소절.”

“……네?”

“그거 버리기 아까워서.”

시아는 허탈한 듯 웃다가, 끝내 웃음을 다 숨기지 못했다.

“진짜 작곡가답네요.”

“칭찬으로 들을게.”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시아의 어깨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

그때 작업실 문밖 복도에서 거친 발소리와 함께 험악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윤시아 이년 어디 숨었어?! 강 전무님이 지금 당장 라운지로 끌고 오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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